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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08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 엘 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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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

 

1918년의 어느 여름, 80세의 외형을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난 벤자민 버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날, 벤자민은 어린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점점 늙어가는데...

 

 

 

1. 영원함에 대하여

 

'영원함' 이라는 단어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등장하는 단어이며, 또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벤자민과 데이지는 자주 영원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라고 이야기 하고, 얼마 후에는 너만은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이야기 하며, 또 어느 순간에는 이 시간만은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말들은 서로의 대척점에 존재하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으며, 서로를 부정한다. 그렇기에 또한 한없이 슬프고 애처롭다.

 

인간이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갈구하고, 소유할 수 없음을 슬퍼하며, 그렇기에 곁에 두지 못하는 것에 더욱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원하길 소망하고 또한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그들은 과연 영원했을까.

 

 

데이지가 잊은 동안 벤자민은 잊기 위해 노력했고 벤자민이 잊은 동안 데이지는 추억과 함께 그의 곁에 머문다.

 

이것은 영원한 것일수도, 그렇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으나 아직 나는 이것에 대한 답을 지니지 못한다.

 

 

2. 순간에 대하여

 

우리 생의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 중에 잊기 위한 시도들에 할애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삶의 단지 일부분만을 기억한다. 그것이 바로 순간 또는 삶이 지니는 의미이다.

 

 

"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세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

 

 

이 작은 행동들은 하나의 세상, 하나의 인생에 있어서 전부는 아니지만 각각의 세상과 인생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또한 대변한다.

 

그래서 영원은 순간과 맞닿아 있다.

 

 

3. 미국영화 같지 않은 미국영화

 

현학적인 대사들과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 구성은 헐리웃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며 동양적이다. 이런 묘한 부조화는 헐리웃의 대표적인 이슈 메이커이며 섹시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반지의 제왕'과 '인디아나존스'에서 열연했던 케이트 블랜쳇 두 배우들에 이르러서 정점에 이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비극적인 인물 벤자민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더 매력적이었고, 벤자민을 사랑할 운명을 지닌 여인 데이지를 연기한 케이트 블랜쳇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반지의 제왕' 속 갈라드리엘 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어차피 매력적이라던가 아릅답다라는 수식어는 너무나 주관적이기에, 내가 그만큼 영화에 만족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4. 벤자민 버튼,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

 

안타깝게도 대문호 스콧 피츠제럴드의 역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내게 큰 기대만큼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야기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고, 주인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글만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중 많은 물음을 스콧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영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구차한 몇 가지 변명을 더 들자면 책을 읽었던 시기가 아직 머리가 작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된 번역이 없었던 탓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꼭 다시 읽어볼 것을, 이번에는 원서에 도전해 볼것을 다짐해 본다.

 

 

5. Epilogue
 

최근 2년간(실은 3년 또는 4년인지도 모른다. 요 몇년간 극장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본 미국영화 중 가장 좋았다. 몇 번 인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어떤 장면에서는 속이 울렁거렸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가 이 영화는 단지 지루할 뿐이라고 말 해도 이해할 수 있다.

분명 쉽게 흘러가는 영화는 아니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떠올리게 만드는, 여운과 잔상이 남는 영화 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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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탱크

'09. 2. 7. 한가람 미술관, 예술의 전당

 

 

1. Prologue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동기화 되지 않은 탓에 관람을 미루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혜강이가 동행을 청해준 덕에 토요일 오전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 - 토탈아트를 찾아서 - '(이하 '클림트전') 을 다녀왔다.
 
 
 
 
주말의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입장 시작 시간(오전 11시) 전에 전시장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앞서 도착한 인파가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혜강이의 설명에 따르면 아직 전시회 초반이라 주중 오후에도 꽤나 혼잡하다고 하니, 가능하다면 주중 오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2. Klimt with Asia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은 놀랍게도 삼국지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의 초상화이다. 뜻밖의 부조화에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진행요원 중 한 명이 클림트가 소장했던 작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클림트는 중국의 미술작품, 그 중에서도 청조의 작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적지 않은 작품을 소장했었다고 한다. 걸려 있는 몇 점의 작품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것 없는 익숙한 모습을 담고 있지만 '클림트전'의 초입에서 이런 '익숙함'을 맞닥트린다는 것은   분명 '생경한' 경험이었다.
 
3. Reformed Dress
 

 
그 다음 마주치는 장면은 마당에서 고양이를 안고 있는 클림트의 사진과 사진 속의 클림트가 입고 있는 작업복이다. 인디고블루 빛깔의 넉넉한 작업복은 클림트의 연인이며 동지이며 또한 후원자였던 에밀리 프뤼게가 디자인 한 것으로 당시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리폼 드레스를 남성에게 맞게 변행시킨 것이다.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켰던 리폼 드레스를 남성인 클림트가 즐겨 입었다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연인의 작품이라는 것과 빈 분리파의 창시자이며 정신적인 지주였던 클림트의 상징성 등을 고려한다면 재미있는 사연을 지닌 작업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4. Medicine
 

 
클림트가 빈 대학 대강당의 천장화 제작을 의뢰받은 후 완성된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원본은 모두 소실되었고 이번 전시회에는 '의학'의 습작으로 그려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의 하나로, 꽤나 오랜시간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측에 그려져 있는 해골 또는 사신의 모습을 한 형상은 조금 괴기스럽기까지 한데 '의학'이라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또한 여인의 누드화와 함께 다소 충격적이며 또한 선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측면에서 대학 강당의 천장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인상적이고 참신한 그림인 것은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의학'은 다른 두 작품인 '철학', '법학'과 함께 당시에는 꽤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5. Beethoven Frieze
 
입구를 제외한 전시실의 삼면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이 조형물은 제체시온의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모사품이다. 클림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실제로는 당시 전시회가 끝난 후 폐기처분될 운명이었다고 하니 삶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클림트 특유의 황금빛이 최적화 되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6. Landscape
 

 
클림트의 대표작을 떠올리면 초상화나 우화를 연상하기 쉽지만 클림트 말년의 대부분은 교외에 머물며 풍경화를 그리는데 할애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대표작의 25%는 풍경화라고 하니 나의 상식이 실은 잘못된 고정관념이었던 셈이다.
 
7. Judith 1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참수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와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유디트의 모습이 그로테스크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전시장의 중앙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클림트의 작품 속에 묘사된 유디트가 이후 팜므파탈의 프로토타입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설명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조금은 부족한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8. Secret Chapter
 
클림트의 애정사와 가족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수많은 여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13명의 아이를 가졌으나 정작 가장 사랑했던 에밀리 프뤼게와는 생의 마지막까지 플라토닉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넘치는 감수성을 지닌 예술가의 여성편력은 클림트 또한 비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지는 않으나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에밀리 프릐게를 향한 클림트의 편지에서는 편지지의 공백을 활용해 클림트가 직접 그린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섬세함은 꽤나 애틋하다. 편지 속의 그림은 클림트에게 예술이나 작업이라기 보다는 마음이고 메세지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플라시보로 작용하였는지 편지 속의 그림은 보다 진실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혼을 원했던 여성이 많았음에도 결국 가정을 꾸리진 않았고 에밀리 프뤼게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고 하니 둘은 어쩌면 서로에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희생과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진정 상대방의 희생을 원하고 있었을까. 나의 슬픈 짐작이 사실이 아니길, 두 사람은 서로의 희생과 신뢰에 감사했길 진심으로 바란다.  
 
9, Drawing
 
한국에서 열리는 여느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많은 드로잉을 선보이고 있는데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도를 지니는 드로잉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표작들의 습작으로 그려진 드로잉들을 보면서 사고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가 드로잉을 보면서 느낀 소감이었는데 이런 감상에는 내 부족한 지식과 이해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10. Epilogue
 

 
한국에서 열리는 거장의 전시회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수요와 또한 물리적인 거리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대표작들 보다는 습작이나 드로잉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클림트전'은 유화도 적지 않고 나름대로 전시회 자체의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만족스럽다.
 
'21세기 지상 최고의 마지막 전시' 라는 선정적이고 낯 간지러운 카피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시회였다.
 
클림트와 그의 그림들은 이미 나의 개인사에 있어서 매우 의미있는 존재들이고 그래서 이번 전시회가 내게는 조금 더 애틋하고 보다 만족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전시회가 아니었다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있었을 게으른 나를 토요일 오전에 집 밖으로 끄집어내준 워싱턴 대사관 인턴 동기님 덕분에 클림트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회 이후에는 티켓값 보다 조금(?) 과한 점심과 디저트까지 대접해준 혜강이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통 마늘을 하나하나 발라서 접시에 얹어주는 여성스러운 혜강이는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고 한국말 보다 영어를 잘하는 재원이니 관심 있는 분은 연락을. 소개팅 주선해 드립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썰렁한 소개팅 홍보문구로 마무리. ;;
 
P.S : 우리회사는 나름 클림트 전시회의 '미디어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데 왜 티켓 한 장 안나오는걸까. 명절 해피팝 옥션 처럼 전시회 후원해 주고 받은 티켓을 조금 저렴하게 사원들에게 제공해 주면 사원들도 좋고 좋은 일도 하는 일석이조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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