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영원과 순간에 대한 이야기 :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분류없음 2009/02/26 11:44

감독
출연
상세보기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
1918년의 어느 여름, 80세의 외형을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난 벤자민 버튼은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날, 벤자민은 어린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는 날마다 젊어지고 그녀는 점점 늙어가는데...
1. 영원함에 대하여
'영원함' 이라는 단어는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등장하는 단어이며, 또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한다.
벤자민과 데이지는 자주 영원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라고 이야기 하고, 얼마 후에는 너만은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이야기 하며, 또 어느 순간에는 이 시간만은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말들은 서로의 대척점에 존재하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으며, 서로를 부정한다. 그렇기에 또한 한없이 슬프고 애처롭다.
인간이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갈구하고, 소유할 수 없음을 슬퍼하며, 그렇기에 곁에 두지 못하는 것에 더욱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원하길 소망하고 또한 끊임없이 다짐하지만 그들은 과연 영원했을까.
데이지가 잊은 동안 벤자민은 잊기 위해 노력했고 벤자민이 잊은 동안 데이지는 추억과 함께 그의 곁에 머문다.
이것은 영원한 것일수도, 그렇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으나 아직 나는 이것에 대한 답을 지니지 못한다.
2. 순간에 대하여
우리 생의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 중에 잊기 위한 시도들에 할애되고 그로 인해 우리는 삶의 단지 일부분만을 기억한다. 그것이 바로 순간 또는 삶이 지니는 의미이다.
"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세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
이 작은 행동들은 하나의 세상, 하나의 인생에 있어서 전부는 아니지만 각각의 세상과 인생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또한 대변한다.
그래서 영원은 순간과 맞닿아 있다.
3. 미국영화 같지 않은 미국영화
현학적인 대사들과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 구성은 헐리웃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적이며 동양적이다. 이런 묘한 부조화는 헐리웃의 대표적인 이슈 메이커이며 섹시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반지의 제왕'과 '인디아나존스'에서 열연했던 케이트 블랜쳇 두 배우들에 이르러서 정점에 이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비극적인 인물 벤자민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더 매력적이었고, 벤자민을 사랑할 운명을 지닌 여인 데이지를 연기한 케이트 블랜쳇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반지의 제왕' 속 갈라드리엘 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어차피 매력적이라던가 아릅답다라는 수식어는 너무나 주관적이기에, 내가 그만큼 영화에 만족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4. 벤자민 버튼, 그리고 스콧 피츠제럴드
안타깝게도 대문호 스콧 피츠제럴드의 역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내게 큰 기대만큼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이야기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고, 주인공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글만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는데 그 중 많은 물음을 스콧 피츠제럴드의 또 다른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영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구차한 몇 가지 변명을 더 들자면 책을 읽었던 시기가 아직 머리가 작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된 번역이 없었던 탓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꼭 다시 읽어볼 것을, 이번에는 원서에 도전해 볼것을 다짐해 본다.
5. Epilogue
최근 2년간(실은 3년 또는 4년인지도 모른다. 요 몇년간 극장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본 미국영화 중 가장 좋았다. 몇 번 인가는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어떤 장면에서는 속이 울렁거렸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가 이 영화는 단지 지루할 뿐이라고 말 해도 이해할 수 있다.
분명 쉽게 흘러가는 영화는 아니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떠올리게 만드는, 여운과 잔상이 남는 영화 라고나 할까.
